제목 | 하쿠나 마타타 10 - 다이아몬드를 찾아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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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2-09-27 06:44:59 | 조회수 | 1159 |
작성자 | 서생 | 여행과 체험, 무엇이 다를까? 어떤 차이가 있을까?
어느 여행이 체험이 아니랴만 이번 길동무의 이번 아프리카 여행 중
유독 체험으로 이야기해야 할 곳이 있다.
회색체험으로 오버랩 되는 한 곳 Cullian 다이아몬드 광산.
그런데 왜 다이아몬드 광산 여행은 유독 체험이라는 단어가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며
그도 영롱하게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다운 것이 아니라 회색체험으로 기억이 될까?
다이몬드를 추출하기 위해 막장에서 파 올린 돌덩이들이 회색이었기 때문일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 안전 교육과 완전 무장,
굉음과 먼지로 가득하던 지하 740m, 질척거리던 갱도에서 느끼던 압박 때문일까?
근무 교대 시간이었겠지. 그 긴 거리를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리프트 앞으로
꾸역꾸역 모여들던 흑백의 광부들, 그 틈에 끼인 가녀린 몸매의 백인 여성광부 때문일까?
아직 소년티가 남아 있어 보이던 한 흑인 광부 때문일까?
다소 지쳐보이던 뚱뚱한 광부들 틈에서 그가 유독 눈에 띈 것은 젊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귀엔 리시버가 꽂아져 있지 않은데도 쉼 없이 달싹거리던 입,
리프트를 기다릴 때도 지상으로 오르는 중에도 내내
목을 앞뒤로 움직여 오리목 춤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몸짓,
그리고 까만 피부에서도 회색 느낌을 찾을 수는 없었다.
다이아몬드 광산의 광부 체험까지 한다는 것은 여행을 떠나기 오래전
이멜과 카카오 톡의 길동무 채팅방에서 의견이 충분히 오간 다음 결정됐었다.
나는 그 결정이 있고 나서 언뜻 그런 생각이 스쳤었다.
광부 체험을 하다가 번쩍 눈에 띄는 것이 있거나, 발에 밟히는 것이 있어 주워들면
그것이 다이아몬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결혼식 때 아내에게 다이아몬드 하나도 못해준
한을 이번 여행에서 풀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이 얄궂고 한심한 속내를 더욱 부풀게 한 것은 광산으로 향하던 차 안에서였다.
한 여행객에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가이드 안선생의 멘트였다.
현미경에 비쳐진 순간 저절로 탄성을 새나게 하던 그 작은 알갱이 다이아몬드,
굳기로는 어느 천연광물도 따를 수 없어서 금강석(金剛石)이라 부른다던가.
하여 불가에서는 금강안(金剛眼), 금강력(金剛力), 금강수(金剛修)로
수행의 덕목을 삼겠지. 땅 속 130킬로미터 아래에서야 형성이 되어
찾기도 어렵고 가공도 쉽지 않다는 아름다움과 부의 대명사.
그러나 조금만 각도를 달리하면 누구나 깊고 깊은 곳에서 자신을 찾아내 닦고 또 닦으면
다이아몬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강력한 희망의 메시지를 지니는 다이아몬드.
인간을 욕심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어 침략의 역사를 빗어내고,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을 탈취하게 하며, 크고 놀랍도록 들뜨게 하고는
그 한편에서 새기고 또 새겨도 모자랄 빛나는 교훈 덩어리로 빛을 내는
다이아몬드의 능청스러움이라니.
하여 그 광산체험은 긴 시간 그냥 회색 톤으로 기억되리라.
2012년 9월 27일
인재 손인식의 필묵향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