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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쿠나 마타타 6 - 자기 정화, 여행!
작성일 2012-09-12 10:02:55 조회수 1084
작성자 서생
여행! 떠나기다.
일상에서 벗어나기다. 이 벗어남 또한 삶의 연장선이 아닐까만
여정에 들어서면 마음이 홀가분해지고 얽혀진 일상들이 저절로 잊힌다.
한편 떠남의 진정한 가치란 다시 돌아올 일상에 있다고 하겠는데,
그러므로 더러 일상을 떠날 수 있고, 또 돌아올 일상이 있음은 이 아니 행복이랴.
얽힌 일상이야말로 얼마나 감사할 일이랴.
 
사실 여행은 곧 떠나는 일상에 대한 숙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참다운 여행지란 어디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장대하고 유려한 풍광일까? 두텁게 쌓인 역사? 화려한 새 것?
아니면 변화무쌍한 거친 숨결? 애틋한 떨림?
반성하게 하는 곳이 좋을까 비전을 제시하는 곳이 좋을까?
 
누가 만약 여행에 대한 숙제가 ‘자기 정화’라고 아주 품격 있게 말한다면
그에 걸맞은 답 또한 참 여행이란 “여행자 내면에 있다.”가 되리라.
그런 의미에서 일상의 외출마저 여행이 되게 할 수 있는 여유 또한
각자의 내면에 있음이니, 이 놀라운 사실에 다시 깜짝 놀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케이프타운을 떠나던 새벽 5시 언저리는 촉촉했다.
봄을 재촉하는 가는 비였다.
남고 싶은 사람은 ‘있으라는 이슬비’라고 말하고,
보내고자 하는 사람은 ‘가라는 가랑비’라고 할 비,
단 몇 시간으로 아주 짧았던 길동무의 케이프에서의 마지막 밤을
아득한 옛날 일처럼 선명하게 수놓는 것인가
꼭두새벽 떠나는 길 앞에 떡만두국으로 놓였던 민박집의 뜨거운 정을 식히는 것인가.
이슬비였을까 가랑비였을까.
 
산행을 하다가 거기 길 끝에서 만나는 절집에 들러 마음을 씻을 수 있다면
그건 참 여유이리라. 언덕위에 우뚝 선 교회를 우러르며 마음을 가다듬는다면
그 또한 훌륭한 정화이리라.
신앙이 지닌 정화기능, 그리고 여행이 지닌 정화기능의 접점,
뜬금없다 할 수 있겠는데 여행기를 쓰면서 여행과 신앙의 접점을 생각해봤다.
이 두 가지가 다 더러 잊히고 마는 인간 본연의 정화기능을 점화할 뿐만 아니라
이 두 가지가 다 행동하고 느끼고 비우고 채우는 정화의 실천이 아니런가.
 
길동무는 가톨릭 신앙이 매개다.
따라서 여행 때마다 주일을 맞이하면 현지의 공동체를 찾았었다.
여행지에 한국인 공동체가 없으면 현지인들의 공동체를 찾았었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느 곳이나 사람의 길 따라 나있는 각 종교 공동체들,
여행에서는 유독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종교 공동체,
종교가 같고 다름을 분간할 필요가 뭐 있으랴. 한번 방문해볼 일이다.
여행이 더욱 풍요로워 질 것이기에….
 
 
위는 케이프타운에 있는 가톨릭 한인공동체. 아래는 미사 후 주임신부님과 한 컷.
 
 
2012년 9월 12일
 
인재 손인식의 필묵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