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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사람을 너그럽게 하는 마력이 있다. 만나는 인정이 어지간하면 더없이 따뜻하게 느껴지고 손길이 닿는 먹거리가 어지간하면 더없이 뿌듯한 것이 여행이다. 여행에서 만난 인정과 먹거리는 떠나면서부터 비워진 마음에 기쁨을 그득그득 채우곤 하는데, 이번 길동무의 아프리카 여행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행 모두가 “대단하다” “맛있다”를 연발했다. 특히 케이프타운에서의 민박은 길동무들에게 오랫동안 그곳을 기억하게 할 것 같다. “8개월의 기다림이 이런 시간이었구나. 할 정도로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저희 집에 머무시면서 불편한 점도 있으셨겠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떠나가신 그 자리가 요즘만큼 크게 느낀 적은 없습니다.” 위는 케이프타운의 민박집 운영자가 길동무에게 보낸 이멜 내용 중 일부다. 여행 중이던 요하네스버그에서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내용이다. 캪타운의 민박이 8개월 전에 예약이 이루어졌던 것인데 갈 사람의 기대처럼 맞이할 사람의 기다림도 8개월은 길었었나보다. 그리고 떠나온 사람의 그리움처럼 떠나보낸 이 역시 마음이 허전했던가 보다. 사람의 정은 늘 이와 같다. 다름 아닌 사람의 정! 사실 이번 케이프타운에서의 민박은 동병상련이었다. 길동무가 인도네시아에서 갔으니 해외에 사는 한국동포들끼리의 조우였다. 같은 정성이라도 정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찬사로 그곳의 인정과 맛을 덮어버리면 나는 벌 받아야 마땅하다. 이번 여행 중에 일행 모두가 부러워한 것은 케이프타운의 기후였는데, 역시 기후가 좋은 곳은 농산물도 그 질과 맛이 좋다는 것이 엄연했다. 예컨대 방울토마토와 양배추를 간식거리로 삼을 정도였는데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그런 농산물에 한국 여인의 정성과 솜씨가 더해졌으니 더 설명하면 췌언이 되리라. 정말 뜬금없다. 아무리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이라 하지만 왜 벌써 먹는 이야기로 돌입을 하는지 나도 모를 일이다. 정원 55명을 태우고 360도 회전을 하며 1천 미터 이상의 높이의 수직절벽의 테이블 마운틴을 오르내리던 케이블카의 짜릿함, 웅대한 벽을 손이 닿을 듯 스치며 하강하는 동안 경이로움에 대한 괴성이 절로 나고 발끝이 찌릿하던 그 순간의 이야기, 시그널 힐, 명문 UCT대학의 위용, 커스텐보쉬식물원, 워터프런트 등 케이프타운 이야기가 아직 많고 많은데… 그러나 그곳에서는 먹거리 이야기도 그에 못지않게 많은 것을 어쩌랴. 주객이 전도되었노라고 항의가 빗발쳐도 하는 수 없지 않는가. 민박집에서 연 3일을 이어졌던 만찬, 그 예비가 에미리트 항공이었을까? 플라잉타임 16시간 동안 에미리트 항공으로부터 제공 받았던 비교적 괜찮았던 네 끼 식사와 풍부했던(?) 와인, 그것은 바로 돌아올 때쯤 모두가 토실토실해지고 말았던 결과를 위한 시작이었다. 대서양과 인도양 두 대양의 조우를 기리며 자리 잡은 TWO OCEANS의 점심, UCT대학 캠퍼스 풍광 좋은 교수식당에서의 점심, 와인 팜의 고즈넉한 자리, 만개한 매화가 이른 봄을 알리던 곳에서의 점심, 이 모두는 각기 그 밤의 만찬을 위한 맛과 나름의 격을 갖춘 풍성한 정찬이었음에랴. 길동무에게 또 다른 어떤 여행이 있어 그 3일의 만찬을 잊게 할 것인가. 케이프타운의 밤을 마음껏 구가하게 했던 와인과 부라이의 조화, 벽난로의 운치를 그 무엇이 있어 잊게 할 것인가. 그날이여 언제 올 것인가. 과연 그날이 있기는 있을 것인가. 2012년 9월 5일 인재 손인식의 필묵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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