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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 아프리카 - 하쿠나 마타타 3 (산--테이블마운틴)
작성일 2012-09-02 23:38:02 조회수 1243
작성자 서생
케이프타운 워터프론트를 배경으로 웅위하게 자태를 드러낸 테이블 마운틴
 
테이블마운틴!

이번 여행에서 유난히 시리게 아쉬움을 남긴 곳.
온전한 한 나절이 아니라 온전한 하루로도 짧았을 곳.
그 곳에서 해돋이에 감동하고 그곳에서 일몰에 섧게 울었어도 여전히 미련이 남을 곳.

한 곳에 앉아서 하늘을 우러르며,
끝에서 끝까지 우러르며 온전히 파랗게 물들었어야 했다.
하늘 빛에 질세라 파랗고 파랗게 일어서는 대서양과 인도양의 파도에 흔들리며
마음가는 곳을 따라가 봤어야 했다.

두 대양의 접점을 바라보며 이리저리 한 며칠쯤 나들었어도 모자라지 않겠는가. 파도처럼 바람에 스스로를 내맡길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왜 이제야 불현듯 달려든단 말인가?
천변만어의 장대한 돌조각을 정면으로 바라봤어야 한다. 꼬리를 잇는 아프리카 해안의
남풍이 희망봉으로부터 잦아드는 그 곳에서 또 며칠쯤 돌을 쌓고 쌓았어야 했다.
장엄한 돌벽처럼 세상을 향해 굳게굳게 버티고 서야 한다는 깨달음이
왜 이제야 실핏줄을 저리게 한단 말인가?

길동무들의 행동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살아있는 말 ‘온 김에’ 또는 ‘우리가 언제 여길 온다고’ 바로 그 말의 지침을 테이블마운틴에서 행동으로 다 지워버렸어야 했다.

어스름 새벽에 올랐더라면 떠오르는 태양을 보지 않았더라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무한한 은총을 깨달았을 곳. 일몰 후라면 어둠속으로 잦아드는 한세상을 통해 우리가
미처 실감하지 못하고 흘려보내고 마는 많은 상실 가운데, 희망이라는 진리가 더
생생하다는 것을 가슴속에 진하게 새길 수 있었을 곳.

어쩌면 부시맨이 들려주는 순정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을 것을.
참다운 아프리카의 최남단 케이프아굴라스를 멀리두고 희망봉이 된 사연을,
그리고 클리퍼루트 항해사들의 거친 심장 박동소리를 느낄 수 있었을 것을.
넬슨 만델라에게 용서와 화해만이 모두가 참답게 사는 것임을 깨닫게 한 로빈 섬의
가르침을 받았을 것을. 그러므로 그제야 참답게 그곳에 갔었다고 할 수 있으며,
진정으로 그곳에 다시 가고 싶을 것을…

감히 설하노니 테이블마운틴은 단연코 여행의 대상을 넘어선다. 멀리서는
우러러 관조할 외경의 대상이로되 품에 들어서는 고요하게 임(臨)하여 눈을 열어
마음으로 살펴야할 경의의 대상이려니.
18홀 골프장 열개의 넓이를 숫자로 더듬어서 무엇할 것인가.
끝과 끝에서 끝을 확인한들 무엇이 더 남을 것인가? 그 끝이 맞닿으면 마침내 지구와
세상, 사람의 삶이 모두 둥글다는 사실이나 확인하게 되는 것을.
하여 거기엔 흑과 백도 하나가 되고, 높고 낮음의 구분도 없으며, 마침내 진리마저
경계가 없어 부와 가난이 나뉘어지지 않는다는 진리와 동무되지 않겠는가.

테이블마운틴의 정상, 한때는 천길 아래의 바다 속이었다던가. 그 바다 속 이야기를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들을 수 있었지 않은가.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 사는 희귀 식물들의 존재감에
좀 더 귀를 기울였어야 한다.
눈을 뜨면 보이는 것(示)이 아니라, 눈을 돌리면 보이는 것(見, 視)이 아니라.
보고 싶어 갔으니 살펴야(察) 했었네. 보고 또 보며(觀), 깊이 궁구(格)했어야 했네.

테이블 마운틴!
거긴 오늘도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영원히 사는 길이 침묵으로 강의되고 있을 터.
 
 
 
 
 
 
 
 
2012년 9월 2일
인재 손인식의 필묵향기